*마피아 AU 설정붕괴 주의
- 하이큐 전력 23시간
귀를 찢는 듯한 굉음이 귓가에 맴돌았다. 총소리와 비슷한, 아니 총소리와 같은 시끄러운 굉음이. 처음엔 꽤나 무서웠던 것 같다. 귀를 찢을 것만 같은 총성과 일렁이는 핏자국은 제 정신으로는 볼 수 없는 게 당연한 광경이었다. 하지만 우습게도, 익숙해진다면 아무 생각도 들지 않는다. 그래, 나는 그런 상황에 너무나도 익숙해져 있었다.
***
“스가, 괜찮아?”
“아, 다이치.”
이런 상황에 괜찮냐고 물어보는 이가 있다면 한명 뿐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사와무라 다이치, 다정한 성격과 더불어 이타적인, 이런 곳에 발을 들이기에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남자였다. 그런 그의 질문에 응, 아니 도 아닌 그의 이름을 되뇌었다는 것은 그 질문이 스가와라에게 있어 의미 없는 질문이기 때문은 아니었다. 이유가 있다면 답을 하고 싶지 않은 질문이라서 일까, 물론 그런 이유가 있다 한들 중요하지는 않았다.
“오이카와 라고 했던 것 같아.”
“응?”
“아까 그 남자.”
굳이 설명을 하지 않아도 이해 할 수 있었다. 오이카와 토오루, 카게야마의 머리에 총구를 겨누었던 남자였으니까. 그에 스가와라는 입술을 짓이겼다. 스가와라는 그 남자, 오이카와 토오루를 알고 있었기에 걱정이 앞설 수밖에 없었다. 스가와라의 복잡한 심정을 알고 있었던지 다이치는 아무 말 없이 스가와라를 두고 몸을 일으켰다.
“오이카와, 너는 또….”
작게 중얼이는 목소리가 혼자 남은 방에 울렸다. 하지만 듣는 이는 아무도 없었다.
***
“뭐냐, 오이카와. 기분 좋아 보이는데.”
기분 나쁘게, 라는 뒷말은 삼키지 않은 채 중얼거리듯 말하고는 오이카와를 쳐다보았다. 그에 미소를 지우지 않고 이와이즈미를 잠시 쳐다보던 오이카와는 평소와는 달리 아무 불평 없이 몸을 일으켰다.
“저 녀석…. 왜 저래?”
***
“토오루!” 라 부르며 밝게 웃는 네 모습이 아른거려. 일종의 추억일까? 흔히들 말하는 돌아가고 싶은 추억. 그렇다고 후회를 하는 건 아니지만 돌아가고 싶은 건 맞으려나. 뭐 별로 상관은 없지만 역시 보고싶은 것 같아.
그러니까 데리러 갈게, 스가.
“젠장.”
마지막의 글귀는 제대로 보지도 않았건만 카게야마의 손에 들린 종이는 형태를 알 수 없을 정도로 구겨져있었다. 발신자는 오이카와 토오루, 수신인은 스가와라 코시. 카게야마는 미간을 구겼다. 자신이 가장 증오하는 사람과 존경하는 사람, 아니 좋아하는 사람이 맞을지도 모른다. 그런 그에게 있어 지금 상황은 그다지 달갑지 않은 상황 이었다. 카게야마는 종이를 잠시 쳐다보더니 그대로 불이 꺼지지 않은 담뱃대 위에 올려놓고는 몸을 일으켰다. 앞머리를 강하게 쓸어 올리고는 숨을 고르게 쉬어보았건만 화가 좀처럼 가시지 않았다. 입술을 짓이기며 문을 열려 손을 뻗었을 땐, 문을 열 필요는 없게되었다.
“카게야마?”
“스가와라 선배?”
“놀랐어, 설마 여기에 있을거라곤….”
확실히 카게야마가 매캐한 담배향이 가득한 흡연실에 있을리는 없었다. 스가와라가 아는 한, 그랬다. 허나 그건 스가와라도 마찬가지였다. 그에 잠시 당황한 듯한 카게야마의 표정에 스가와라는 미소를 지어보였다.
“히나타가 찾고 있거든.”
부드러운 목소리와 함께 곱게 휘어진 눈꼬리에 카게야마는 잠시 눈을 돌리지 못하였다. 그를 눈치 채지 못한 듯 스가와라는 카게야마에게서 몸을 돌렸다. 그런 스가와라가 사라지고서야 카게야마는 문고리를 놓았다.
***
“너무한 걸, 토비오쨩.”
총구를 머리에 겨눈 채 기분나쁜 미소를 지우지 않고 말했었다. ‘너무하다.’라고. 그 말은 이 때문이었을까. 상관은 없었다. 스가와라 선배와 오이카와 선배, 둘이 아는 사이라는 것은 전부터 알고 있었지만 예상 이상으로 기분이 나쁜 것은 어쩔 수 없었다. 아니, 정확히는 기분이 나쁘다 이 한마디로 표현 할 수 없는 기분이었다. 이대로라면 선배의 미소를 보지 못할 것만 같은 착각에 입술을 짓이겼다. 아직까지도 생생한 총구의 감촉에 그 착각은 진실이 될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이 짙어졌다. 그에 조용히 문고리를 당겼다.
“카게야마…?”
***
“오늘따라 더 기분 나쁜 것 같은데.”
작게 중얼이는 이와이즈미의 말을 듣지 못한 듯 오이카와는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옷을 여몄다. 그에 이와이즈미는 잠시 한숨을 내쉬고는 몸을 돌렸다.
“아, 이와쨩.”
“엉?”
“역시 머리가 좋겠지?”
의미모를 말을 하며 두 손가락으로 총을 쏘는 듯한 동작을 취해보이자 이와이즈미의 미간이 좁혀졌다.
“쓸데없는 짓 하지마라 오이카와.”
그에 오이카와는 예의 기분나쁜 미소를 지어보이고는 문고리에 손을 뻗었다. 오이카와는 확신하고 있었다. 예의 기분나쁜 후배 녀석이 자신과 같은 생각을 하고 있다는 것쯤은, 당연하게 생각했으니까. 셋 중 한명이 죽는다면 끝난다, 라는 비참한 옛 이야기와 비슷하다. 하지만 오이카와에게 있어서도 카게야마에게 있어서도 둘 중 한명이면 충분했다.
***
우습게도 흐린 달빛아래로 비가 내리고 있었다. ‘날씨 한번 좋네.’라 중얼거리며 그 때 그를 다시 보았던 폐공장에 들어섰다. 쇠비린내가 코를 스침에 잠시 인상을 찡그렸지만 이내 누군가의 발소리에 미소를 머금었다. ‘철컥’ 비슷한 소리는 총을 장전하는 소리라 확신하며 흐리게 비치는 달빛 아래로 몸을 움직였다. 예상대로 발소리의 주인도, 총을 장전한 장본인도, 자신이 그렇게나 죽이고 싶어해왔던 카게야마였다.
“토비오쨩, 오랜만이야.”
웃음과 함께 건낸 인사는 총성과 함께 사라졌다.
“너무한걸, 토비오쨩?”
“….”
아무 말 없이, 그렇게 한동안 서로의 총성만이 울렸다. 서로의 팔, 다리, 손, 얼굴을 스치며 날아가는 총알들의 수를 셀 수 없을 정도가 되었을 즈음에 먼저 몸을 가누기 힘들게 된 것은 카게야마였다. 한쪽 다리를 가눌 수 없을 정도의 통증에 입술을 짓씹으며 몸을 일으키려 애썼다. 그를 보곤 한쪽 입꼬리를 올리며 명백한 비웃음을 표시하던 오이카와는 카게야마의 머리에 총구를 겨누었다.
“내가 이겼어, 토비오쨩.”
‘탕’하는 굉음이 빗소리에 섞여 울려퍼졌다. 그에 들어서는 안되는 말과 목소리에 오이카와는 주저앉을 수 밖에 없었다.
“하지메!”
들려온 목소리는 자신이 가장 보고싶어 했던 스가와라였다. 하지만 그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오이카와에겐 그저 카게야마 앞에쓰러진 이와이즈미와 그를 멍한 표정으로 쳐다보는 카게야마만이 보일 뿐이었다.
“이와…쨩?”
누군가가 애절히 울부짖는 소리는 빗소리에 묻혀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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